옥스팜 스토리
[참가자 인터뷰] 자뻑패밀리의 또 다른 인생길, 옥스팜트레일워커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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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뻑패밀리의 또 다른 인생길, 옥스팜트레일워커를 마치고~^^

 

글쓴이 : 자뻑패밀리팀 팀장 전미경

기부, 우애, 그리고 함께하는 도전의 의미

“옥스팜 트레일워커가 올해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린다는데 참가해 볼까요?”

지난 1월 남동생으로부터 제의를 받고 옥스팜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4명이 팀을 만들고, 일정 금액의 기부금을 모아 동아프리카 및 긴급 구호가 필요한 지역의 사람들을 돕고 지리산 100km를 38시간 안에 완주하는 이 대회의 취지가 너무 가슴에 와닿아 평소 등산을 좋아 하는 우리 여섯 남매에게도 아주 의미있는 행사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수년 동안 병환으로 누워계셨던 친정어머니를 간호하면서 건강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고 덕유산, 지리산, 비슬산, 소백산, 영남 알프스 등 시시때때로 오른 산에 대한 추억들로 늘 행복한 우리 자뻑패밀리들이다. 

 대회규정상 4명으로 한 팀을 결성해야 하기에 맏언니와 남동생은 서포터즈로 참여하기로 하고 네 자매가 자뻑패밀리 팀명으로 접수했다. 물 한 모금을 얻기 위해 매일 수십 킬로를 걸어야 되는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물탱크를 지어주고, 난민에게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는 등 세계적인 국제개발 및 구호단체인 옥스팜의 취지를 잘 홍보하여 주변의 기부천사 88명으로부터 120여만원의 후원을 받을 수 있었다. 대회 신청 후 언니들은 평소 꾸준한 등산으로 대회를 준비했고 여동생과 나는 지난 4월 대구국제마라톤 대회 하프코스를 완주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뜻밖에도 KBS 다큐 ‘공감’프로그램 출연 요청을 받게되어 더 큰 동기부여를 얻는 계기가 되었다.
 

도전하는 자뻑패밀리의 발걸음

드디어 대회 개막식 날, 마냥 들뜬 모습으로 우리 여섯 남매는 어린시절 고향 마을길을 걷던 추억을 회상하며 CP1을 마무리하고 노고단을 향해 힘찬 발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환갑을 넘기신 맏언니는 건강을 고려하여 CP1까지만 동행을 하셨고, 이번 대회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코스 였던 성삼재에서 노고단 사이에서는 셋째 언니의 예상치 못한 신체 변화로 인해 아쉽게도 둘째 언니와 함께 하산을 하게 되어 남은 세 남매만 피아골로 발걸음을 향했다. 

피아골에서 연곡분교로 이어지는 하산길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험난한 코스였는데, 급경사와 너덜 길의 연속으로 여동생의 발가락 통증이 시작되었다. 장거리 산행이라고 가벼운 등산화를 추천한 나의 잘못된 판단으로 한 발 한 발 힘겹게 내딛는 동생에게 너무나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당초 예상시간보다 2시간이나 초과한 14시간만인 오후 7시 CP3에 도착하여 컵라면과 바나나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이제부터 야간산행이 시작되었다. 여동생은 그새 아픈발도 잊은 채 첫 도전인 야간산행에 들떠있었다. CP4인 목아재를 지나 운조루로 가는 고갯길 입구에 도착하자 대회 관계자로부터 앞으로 걸어야 할 코스에 대해 뜻밖의 안내사항을 듣게 되었다. 다음 코스는 무엇보다도 좁은 등로와 급경사로 작은 산 두 개를 연속해서 넘어야 하고, 자칫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걸어왔던 길을 생각하니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었다.

시간은 밤 11시, 칠흑 같은 어둠과 함께 긴 야간산행이 다시 시작되었다. 이미 세 남매 모두가 체력은 저하되어 가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비탈길들을 수없이 걷고 또 걸어 이제는 다 왔을까 싶은 순간에 저 멀리 다른 고갯길에서 먼저 간 도전자들의 헤드랜턴 불빛이 깜박거리고 있었다. 그 밤 그 산길은 왜 그리도 멀기만 하던지. 길 한가운데에서는 많은 도전자들이 차가운 바닥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었다. 바로 그 시점 내게도 극심한 졸음이 찾아와 몇 번이나 등로를 이탈할 뻔 했는데 여동생이 나를 거의 부축하고 가다시피 했다.

우리는 남동생에게 잠시라도 눈을 붙이고 가자고 했으나 남동생은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낙오하게 될지도 모른다며 운조루까지 진행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 말했다. “내일 아침에 불과 12시간 정도만 참으면 분명히 웃을 시간이 온다는 거지. 이 시간 어차피 지나가는 거니까.”

남동생이 든든하게 지켜주었지만 배고픔과 목마름, 어둠에 대한 공포감, 쏟아지는 잠으로 우리들의 야간산행은 그야말로 고통의 시간이었다. 지난 밤 8시부터 시작된 야간산행은 새벽 4시까지 이어져 CP5 운조루에 도착하였고, 우리 셋 모두 정신력으로 버텨왔던 체력마저 서서히 고갈되고 있었다.

하지만 급격한 피로에 몰려 주저앉고 싶을 즈음 그토록 고통스러웠던 밤을 지난 섬진강의 아침이 우리를 반기는 가운데 CP6에서 언니들이 동생들을 위해 아침을 준비해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29시간이나 그 먼 길을 걸었을까?

큰 언니가 고생한 동생들을 안아주는 순간 참았던 눈물을 쏟고야 말았다. 리더로서 대회 코스에 대한 미흡한 정보와 안전한 장비를 준비하지 못해 가족들에게 고통을 안겨준 미안함 때문이었다. 사성암 주차장에서 언니들이 준비한 맛있는 아침 덕분에 컨디션을 회복하여 둘째 언니와 함께 사성암을 올랐다.

CP7 코스로 가는 중간에서는 잘 버티어주던 나의 두발마저도 탈이 나고야 말았다. 밑창이 얇은 등산화를 신고 오래 걸은 탓에 발바닥이 화끈거려 도저히 걸을 수가 없었다. 합류한 둘째 언니의 등산화와 교체하여 신고 어렵사리 CP7 지점에 도착하였으나, 이번에는 마고실에서 여동생마저 포기를 하는 상황이 왔다.

마고실 부터는 남동생과 단둘이 CP8 백련사로 걷고 또 걸었다. 백련사 입구에서 두 동생들의 건강을 염려하는 가족들로부터 포기하자는 권유를 받았지만 남동생과 나는 마지막 힘을 내어 CP9 지점으로 향했다. 앞으로 목표시간인 38시간까지는 4시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 시간당 4km를 걸어야 했는데 남동생이 급한 마음에 속도를 내다가 그만 발목을 다치고 말았다.

아! 이대로 주저앉기에는 너무나 아쉬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더 이상 진행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CP9 지점인 도암마을 정자에서 우리 6남매는 다시 모여앉았다. 큰 기대를 안고 많은 분들의 응원과 함께 참여한 대회인데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 비록 완주는 못했지만 이 대회를 통해 다시 한번 가족들의 우애를 확인하며 100km 중 84km를 진행한 우리 6남매는 출발했던 아침의 함성 속에서 마주보며 웃고 있었다.

 

길 위에서 삶을 보다

옥스팜트레일워커가 다큐 ‘공감’ 프로그램을 통해 방영되고 나서 크나큰 격려를 보내주신 가족 친지와 지인들, 그리고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힘써주신 관계자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비록 100km를 완주하지는 못했지만, 정말 소중한 경험을 한 대회였다. 무엇보다도 남매간의 우애를 더욱 다지게 되었고,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뿐 아니라 의미 있는 기부까지 동참하게 되었다. 옥스팜 트레일워커를 통해 길 위에서 만난 많은 참가자들과 특히 여러 고난 속에서도 완주를 한 참가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옥스팜 트레일워커 도전, 그 후

옥스팜 트레일워커가 끝나고 5주가 지난 6월 24일 우리 자뻑패밀리는 그날 대회에서 포기해야만 했던 17km 걷고 왔다. 그날의 백련사 뒷산은 한없이 높기만 하였는데, 다시 걸어본 포근한 오솔길은 우리네 인생과 같았다.

나는 산을 오를 때마다 인생을 본다.

우리네 인생도 산과 같아서 올라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풍경들이 있듯이, 꿈이 있는 삶을 위해 산을 오른다.

내년 옥스팜 트레일워커에서는 꼭 완주하리라 다짐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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