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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은퇴를 앞둔 소방관들의 불꽃 같은 발걸음

길 위에서 하얗게 불태운 1박 2일


 은퇴를 앞둔 강릉 소방관들의 도전...불타는 열정으로 다 태웠다 (feat. 활활) 

 
30년 가까이 화마와 싸우던 강릉소방서의 119 구조대원들이 지난 날을 영광을 뒤로 하고 은퇴를 앞두고 있다고 합니다. 긴박한 현장을 함께 누비던 동료들과 즐겁고 뜻 깊은 추억을 남기기 위해 '2019 옥스팜트레일워커'에 도전했다고 하는데요. 대회를 통해 아직 죽지 않았음을 느꼈다는 'Old Fire Fighters' 팀의 불타는 열정을 지금 소개합니다.

01. 옥스팜 트레일워커 완주를 축하합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50대 중반의 강릉소방서 119 구조대원으로 구성된 ‘Old fire fighters (올드 파이어 파이터)’로, 저희 팀원 모두 구조 현장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며 30년 가까이 인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선 100km라는 대장정을 팀원 모두가 완주해서 기쁘고 뿌듯합니다. 팀원 모두가 대회를 통해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찾은 것 같습니다. 아마 ‘옥스팜 트레일워커 완주’ 무용담은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빠지지 않는 이야깃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02. 옥스팜 트레일워커를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다른 소방관들이 옥스팜 트레일워커를 신청했다는 기사를 보고, 걸으면서 기부도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대회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오랜 직장생활로 매너리즘에 빠져 몸과 마음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고, 팀원 모두 한마음 한 뜻으로 가난한 이웃을 위한 의미 있는 도전에 기꺼이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03. 100km가 결코 쉬운 거리가 아닌데, 어떻게 준비 하셨나요?  
저희 모두 마라톤, 등산, 사이클 등 꾸준한 운동으로 다져진 기초체력이 있었기에 자신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산악 지형에 100km라는 장거리를 밤새 걸어야 하는 특수한 상황을 대비하여 사전 훈련에 돌입하였습니다. 강릉 도심에서 정동진을 거쳐 옥계까지 걷는 30km의 장거리 훈련, 강릉 도심에서 출발해 대관령 정상을 반환점으로 새벽에 도착하는 야간훈련, 폭우를 대비한 우천훈련 등 저희만의 방식으로 완주를 위한 준비를 꾸준히 해왔습니다.

04. 젊은 시절부터 현장 활동을 하신 후유증으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팀원 대부분이 수면장애와 악몽, 알코올의존증 등 다양한 증상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삶에 활력이 생겼습니다. 대회를 위한 사전 훈련으로 수면의 질이 훨씬 좋아졌고, 훈련을 하는 두 달 동안은 술을 줄이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몸과 마음을 재정비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팀원 전체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노력한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깨닫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05.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없으셨나요? 있었다면 그 순간을 어떻게 이겨내셨나요?
첫째 날, 주간 코스는 평평한 길과 계곡을 따라 걷는 등산로로 페이스 조절을 하며 큰 어려움 없이 걸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체크포인트 4부터 시작된 야간 코스는 대부분이 급경사에 암벽 코스라 그동안의 준비과정이 무색하리만큼 무릎 통증과 발바닥 물집으로 만신창이가 되었습니다.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마다 고통의 연속이었지만 전 세계 가난한 이들의 구호를 위해 기부펀딩에 동참해준 66명의 후원자들을 가슴에 품고 걷는다는 생각으로 포기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06. 이번 대회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아름다운 자연을 간직한 홍천과 인제의 숲 길을 걸으며 천혜의 자연을 품은 강원도 사람임에 다시 한번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1박 2일 동안 힘든 구간을 통과할 때도 짜증 한번 없이 서로를 배려해준 팀원의 동료애와 188만원의 후원금을 기부해준 가족과 소방관 동료들 그리고 친구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 이번 대회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07. 마지막 완주라인을 보았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만해마을의 완주라인이 눈 앞에 나타나자 저희 팀을 후원해 준 모든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되었다는 안도감과 ‘우리가 정말 해냈다’는 성취감이 들었습니다. 소방관들은 현장에서 임무를 마친 후 ‘수고 많았습니다’라고 격려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완주라인에서도 평소와 같이 수고 많았다는 인사를 연발하며 가슴 벅찬 감동을 느꼈습니다. 완주 후 시원한 맥주 한잔이 간절했지만, 꾹 참고 강릉으로 돌아와 그토록 먹고 싶었던 삼겹살과 소맥으로 가족과 함께 완주의 기쁨을 나누었습니다.

08. 내년에 대회를 도전하는 참가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강한 정신력과 장거리를 대비한 육체 훈련도 중요하지만, 코스 별 특성과 거리를 미리 숙지하여 체력을 안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목표 시간을 정하여 코스별 예상 통과 시간을 미리 정해 놓으면, 오버페이스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저희 팀은 후배가 만들어준 32시간을 목표로 설정하고 실행하여 정해진 시간 내에 완주라인을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09.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고통을 참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 서로를 격려하는 동료애, 그리고 ‘나 아직 쓸 만하네!’라는 자신감

10. 내년에도 참여해 주실거죠?
지금 같아서는 다시는 못할 것 같은데 가슴 깊숙한 곳에서 작은 불씨가 살살 지펴지는 것 같은 이 느낌은 무엇일까요?

관련기사 : 한마음으로 100㎞ 완주 성공, 세계 빈민 돕기에 후원금 쾌척 (중앙일보,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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